1
오늘의 바람은 가고
내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잘 가거라
오늘은 너무 시시하다.
뒷시궁창 쥐새끼 소리같이
내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2
하늘을 안고,
바다를 품고,
한 모금 담배를 빤다.
하늘을 안고,
바다를 품고,
한 모금 물을 마신다.
누군가 앉았다 간 자리
우물가, 콩초 토막...
세상을 서로 도와서 함께 살아 갑시다. 내가 당신을 돕고, 당신은 나를 돕고... 혼자 살아 가지 맙시다. 어플 및 서비스 개발해 드립니다. 1. "한국인이 좋아하는 명시" 안드로이드 어플 2. "임신과 태교" 안드로이드 어플 3. "태교음악 기본 플레이어" 안드로이드 어플 4. "태교음악 시리즈 1집" 안드로이드 어플
2011년 9월 5일 월요일
광화문 근처의 행복 (천상병)
광화문에.
옛 이승만 독재와
과감하게 투쟁했던 신문사
그 신문사의 논설위원인
소설가 오상원은 나의 다정한 친구.
어쩌다 만나고픈 생각에
전화 걸면
기어코 나의 단골인
'아리랑' 다방에 찾아온 그.
모월 모일, 또 그랬더니
와서는 내 찻값을 내고
그리고 천 원짜리 두개를 주는데---
나는 그 때
"오늘만은 나도 이렇게 있다"고
포켓에서 이천원을 끄집어 내어
명백히 보였는데도,
"귀찮아! 귀찮아!" 하면서
자기 단골 맥주집으로의 길을 가던 사나이!
그 단골집은
얼마 안 떨어진 곳인데
자유당 때 휴간 당하기도 했던
신문사의 부장 지낸 양반이
경영하는 집으로
셋이서
그리고 내 마누라까지 참석케 해서
자유와 행복의 봄을---
꽃동산을---
이룬적이 있었습니다.
하느님!
저와 같은 버러지에게
어찌 그런 시간이 있게 했습니까?
옛 이승만 독재와
과감하게 투쟁했던 신문사
그 신문사의 논설위원인
소설가 오상원은 나의 다정한 친구.
어쩌다 만나고픈 생각에
전화 걸면
기어코 나의 단골인
'아리랑' 다방에 찾아온 그.
모월 모일, 또 그랬더니
와서는 내 찻값을 내고
그리고 천 원짜리 두개를 주는데---
나는 그 때
"오늘만은 나도 이렇게 있다"고
포켓에서 이천원을 끄집어 내어
명백히 보였는데도,
"귀찮아! 귀찮아!" 하면서
자기 단골 맥주집으로의 길을 가던 사나이!
그 단골집은
얼마 안 떨어진 곳인데
자유당 때 휴간 당하기도 했던
신문사의 부장 지낸 양반이
경영하는 집으로
셋이서
그리고 내 마누라까지 참석케 해서
자유와 행복의 봄을---
꽃동산을---
이룬적이 있었습니다.
하느님!
저와 같은 버러지에게
어찌 그런 시간이 있게 했습니까?
편지 (천상병)
점심을 얻어 먹고 배부른 나는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2011년 9월 1일 목요일
푸른 것만이 아니다 (천상병)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있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외로움에 가슴 조일 때
하염없이 잎이 떨어져 오고
들에 나가 팔을 벌리면
보일듯이 안 보일듯이 흐르는
한 떨기 구름
삼월 사월 그리고 오월의 신록
어디서 와서 달을 뜨는가
별은 밤마다 나를 보던가.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있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자꾸 보고 또 보고 있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외로움에 가슴 조일 때
하염없이 잎이 떨어져 오고
들에 나가 팔을 벌리면
보일듯이 안 보일듯이 흐르는
한 떨기 구름
삼월 사월 그리고 오월의 신록
어디서 와서 달을 뜨는가
별은 밤마다 나를 보던가.
저기 저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자꾸 보고 또 보고 있는데
푸른 것만이 아니다
행복 (천상병)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백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백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2011년 8월 30일 화요일
나의 가난은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렵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폋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한 잔 커피와 갑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렵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폋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숡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숡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
2011년 8월 28일 일요일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 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서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 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서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라벨: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시,
천상병
2011년 8월 27일 토요일
새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이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무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가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내 영혼의 빈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이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무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가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달빛 (천상병)
여름이 오는 계절의 밤에
뜰에 나가 달빛에 젖는다.
왜 그런지 섭섭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자려고 하고 있고
나는 잠들기 전이다.
밤은 깊어만 가고
달빛은 더욱 교교한다.
일생동안 시만 쓰다가
언제까지 갈건가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으니
어쩌면 아는 시인으로서는
제로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는 안되는데
졸아가신 부모님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양지는 없고
뜰에 나가 달빛에 젖는다.
왜 그런지 섭섭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자려고 하고 있고
나는 잠들기 전이다.
밤은 깊어만 가고
달빛은 더욱 교교한다.
일생동안 시만 쓰다가
언제까지 갈건가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으니
어쩌면 아는 시인으로서는
제로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는 안되는데
졸아가신 부모님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양지는 없고
2011년 8월 25일 목요일
막걸리 (천상병)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
한 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 달에 한번 마시는 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은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 가지 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 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느님의 은총인 것이다.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
한 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 달에 한번 마시는 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은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 가지 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 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느님의 은총인 것이다.
새 세 마리 (천상병)
나는 새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텔레비 옆에 있는 세 마리 새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짜 새가 아니라
모조품이기 떄문이다.
한 마리는 은행에서 만든 저금통 위에 서 있는 까치고
두 마리는 기러기 모양인데
경주에서 아내가 사 가지고 왔다.
그래서 세 마리인데
나는 매일같이 이들과 산다.
나는 새를 매우 즐긴다.
평화롭고 태평이고 자유롭고
하늘이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들을
진짜 새처럼 애지중지 한다.
텔레비 옆에 있는 세 마리 새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짜 새가 아니라
모조품이기 떄문이다.
한 마리는 은행에서 만든 저금통 위에 서 있는 까치고
두 마리는 기러기 모양인데
경주에서 아내가 사 가지고 왔다.
그래서 세 마리인데
나는 매일같이 이들과 산다.
나는 새를 매우 즐긴다.
평화롭고 태평이고 자유롭고
하늘이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들을
진짜 새처럼 애지중지 한다.
아가야 (천상병)
해뜨기 전 새벽 중간쯤 희부연 어스름을 타고 낙심을 이리저리 깨물며
사직공원길을 간다. 행도 드문 이 거리
어느 집 문밖에서 서너 살 됨직한 잠옷 바람의 앳된 계집애가 울고 있다.
지겹도록 슬피 운다.
지겹도록 슬피 운다.
웬일일까?
개와 큰집 대문 밖에서 유리 같은 손으로 문을 두드리며
이 애기는 왜 울고 있을까?
오줌이나 싼 그런 벌을 받고 있는 걸까?
자주 뒤 돌아보면서
나는 무심할 수가 없었다.
아가야 왜 우니?
이 인생의 무엇을 안다고 우니?
무슨 슬픔 당했다고
괴로움이 얼마나 아픈가를 깨쳤다고 우니?
이 새벽 정처없는 산길로 헤매어가는
이 아저씨도 울지 않는데
아가야, 너에게는 그 문을 곧 열어줄 엄마 손이 있겠지.
이 아저씨에게는 그런 사랑이 열릴 문도 없단다.
아가야 울지 마!
이런 아저씨도 울지 않는데...
사직공원길을 간다. 행도 드문 이 거리
어느 집 문밖에서 서너 살 됨직한 잠옷 바람의 앳된 계집애가 울고 있다.
지겹도록 슬피 운다.
지겹도록 슬피 운다.
웬일일까?
개와 큰집 대문 밖에서 유리 같은 손으로 문을 두드리며
이 애기는 왜 울고 있을까?
오줌이나 싼 그런 벌을 받고 있는 걸까?
자주 뒤 돌아보면서
나는 무심할 수가 없었다.
아가야 왜 우니?
이 인생의 무엇을 안다고 우니?
무슨 슬픔 당했다고
괴로움이 얼마나 아픈가를 깨쳤다고 우니?
이 새벽 정처없는 산길로 헤매어가는
이 아저씨도 울지 않는데
아가야, 너에게는 그 문을 곧 열어줄 엄마 손이 있겠지.
이 아저씨에게는 그런 사랑이 열릴 문도 없단다.
아가야 울지 마!
이런 아저씨도 울지 않는데...
주일 2 (천상병)
1. 그는 걷고 있었습니다.
골목에서 거리로.
옆길에서 큰길로.
즐비하게 늘어선
상점과 건물이 있습니다.
상관않고 그는 걷고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가겠느냐구요?
숲으로, 바다로.
별을 향하여
그는 쉬지 않고 걷고 있습니다.
2. 낮에는 찻집, 술집으로
밤에는 여인숙,
나의 길은 언제난 꼭 같았는데...
그러나 오늘은 딴 길로 간다.
골목에서 거리로.
옆길에서 큰길로.
즐비하게 늘어선
상점과 건물이 있습니다.
상관않고 그는 걷고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가겠느냐구요?
숲으로, 바다로.
별을 향하여
그는 쉬지 않고 걷고 있습니다.
2. 낮에는 찻집, 술집으로
밤에는 여인숙,
나의 길은 언제난 꼭 같았는데...
그러나 오늘은 딴 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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